요즘 물가, 정말 장난 아니다.
마트에서 순살 양태 구이채 하나 집었다가 눈을 의심했다.
한 봉지에 12,000원.
순살이라더니 내 통장이 순살 되는 기분이었다.
이건 뭐, 생선 말린 게 아니라 금을 얇게 채썬 줄.
그런데 같은 날, 같은 시간, 부자 동네 웨스트 마운트 마트에서
살아있는 랍스터를 발견했다.
웬만한 뷔페에서도 보기 힘든 그 랍스터가,
킬로그램당 39달러 → 19달러 세일 중!
한 마리 사서 환산해보니 9,000원 남짓.
진심으로 말하지만… 이건 거의 해산물의 역차별이다.
나는 그 랍스터를 반 갈라서 버터 살짝 바르고 오븐에 쏙—
끝.
조리 시간 10분도 안 돼, 미슐랭 느낌 나는 저녁 완성.
맛? 고소함과 바다 향이 입 안에서 대서양을 펼친다.
반면, 양태 구이채는?
포장지 뜯자마자 푸석한 향기…
불에 굽고 간장에 찍고 별짓 다 해도 결국은
“맛은 있는데 왜 이렇게 비싸지?” 싶은 감정만 남는다.
이쯤 되면 말이죠,
누가 양태 구이채 먹습니까? 나는 랍스터 먹습니다.
부자 동네라서 랍스터 수요가 많다 보니 회전율이 빨라서
더 신선하고 더 싸다.
거꾸로, 양태 구이채 같은 건 구색 맞추기로 들여놓는지
비싸고 감동도 없다.
나는 결심했다.
양태 구이채는 그만 보내드리고, 랍스터와 함께하겠다.
싸고 맛있고 고급진 선택, 이게 진정한 경제적 합리성 아닌가?
양태야, 미안하다.
내 입맛과 지갑은 이미 바다로 떠났다.
잘 가… 고마웠다. 🥲


